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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영-진도희-정세희…1980년대 대세 이뤄
옛날 영화기사를 읽다 영화 <글래머 배우>


정지아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노출에 대한 기사가 빈번해집니다. 이번 주 개봉하는 <고사2>의 정지아도 얼마 전 비키니 차림을 선보여 화제가 됐지요.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는 ‘<고사2> 정지아, 글래머 수영코치로 변신해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더군요. (사진을 보니!) 즐겁습니다. 기사는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 교생실습'> 수영코치로 출연한 배우 정지아가 이미지 사진을 공개했다는 내용이었지요. 기사의 첫 문장대로 과연 ‘정지아는 명품몸매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그녀의 역할은 글래머 수영코치랍니다. 글래머 여성 수영코치! 글래머, 비키니, 수영장…. 이거, 꽤나 노골적으로 남성들의 판타지를 겨냥한 영화인 모양입니다.


 글래머 여배우! 옛날 1980년대 신문기사에서 이거 한번 찾아봅시다. 옛날엔 어떤 여배우를 글래머라고 했는지, 글래머 여배우들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글래머라는 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등.


 1980년대 이전에는 글래머 여배우들을 싸잡아 ‘연기는 별로이면서 몸만 내세우는 연기자들’로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래머가 편견 없이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한 게 1980년대 초라는 얘기지요. ‘변화하는 육체파 여배우의 條件’이라는 제목의 다음 기사는 그런 분위기를 얼마간 보여줍니다.


  ...연기력이 떨어져 수명이 짧았던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글래머 여배우란 딱지가 체격보다 대담한 연기력에 의해 붙여지기 시작.... 따라서 큰 키에 가슴둘레가 길며 허리가 가는 종래의.... 1982.01.29.




 그즈음 글래머 열풍을 몰고 오면서, ‘글래머도 배우요 연기자’라는 주장을 한 사람은 안소영이었지요. 그녀는 <애마부인> 시리즈로 당시 한국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면서 글래머 여배우에 대한 ‘가치’를 한껏 높입니다. 신문들은 툭하면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글래머러스한 영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런 식이었지요. (이런 기사들의 내용은 참 비본질적이었습니다.)


 글래머 安昭映 전라출연 映畵 <애마부인>.... 檢閱 과정 큰 관심.... 충격적 관능표현의 멜러物.... 우리나라 여배우중 가슴이 가장 큰.... 1982.01.16.




 그때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정치에 환멸을 느껴서 그랬던가요? 사람들은 위안을 구하려고 했는지 ‘본격 글래머’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자극적이고, 더 노골적이고, 더 글래머러스한 여배우들을 호출하기 시작한 거지요. 에로배우 진도희와 정세희가 대중 앞에 나타납니다.



정세희


 영화계에 글래머 新人女優 정세희 등장... 관능적 매력 물씬... 영화계에 모처럼 글래머 신인 여배우가 등장해서 화제. 노세한 감독의 신작「조용한 방 있읍니까」(大洋제작)에서....
1981.12.02.


 그러나 대표주자는 단연 젖소부인 진도희였습니다. 「빅 바스트 콘테스트」 1등 출신의 그녀. 사춘기 소녀 시절 한번도 몸에 꼭 맞는 티셔츠를 입어보지 못했다는 그녀. 진도희는 1 980년대라는 ‘시대의 부름’을 받고 화려하게 컴백하지요. 다음은 당시의 소식을 전해주는 짧은 기사.


 여배우 陳都希 컴백「바람타는....」서 主演.... 75년「서울의 연인들」(최하원 감독)을 끝으로 영화계를 떠났었다. 그녀는 활동 당시 육체파 글래머로 각광을 받았었는데 컴백을 하게 되면 가장 늘씬한 몸매의 여배우가 될 것 같다....... 1983.02.09.




 1980년대가 되면서 이제 글래머는 대세가 됩니다. ‘글래머’는 더 이상 ‘연기부족’도 아니고 ‘오해의 소지’도 아닌 것으로 진보하는 것이지요. 이런 도식적인 ‘통념’이 깨지는 겁니다. 아래, 제목부터 ‘新人 글래머 대거 등장’이란 기사 한편을 보시지요.









강리나


 최근 영화계에는 장신의 신인 여배우들이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올해 들
어 갖가지 영화의 주연을 따내며 데뷔한 신인 여배우들을 보면 거의가 1m65㎝ 이상의 대형 글래머들. 나름대로 앳된 청순감이나 발랄한 도시여성상 또는 요부형 등의 특징을 무기로 삼고 있다. 반면 남자배우들은 옛날과 달리 평범한 생활인상의 ‘보통 얼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장신 여배우들의 등장은 영화나 TV를 막론하고 근래 들어 나타난 현상. “여배우는 키도 작고 얼굴도 작은 스몰형이라야 한다”는 영화계의 통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여배우를 보면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로케가 한창인 <파리애마>(정인엽 감독)의 유혜이(24)를 비롯, <속 이장호의 외인구단>(조민희 감독)의 이응경(22), <대물>(송영수 감독)의 강리나, <돌아이 4>(방규식 감독)의 우미나. <보릿고개>(박용준 감독)의 강효정 등...... <칠수와 만수>(박광수 감독)로 영화배우를 겸업하게 된 배종옥과 <매트 위의 사랑>(문여송 감독)에 출연중인 재일교포 여배우 고은비도 모두 1m65㎝, 1m67㎝의 큰 키이다. 신장 1m68에 35.5-24-35의 초대형 글래머인 강리나는 적극적인 도시여성.... 1988.04.29.



이응경 / 배종옥


 하하, 재밌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글래머는 아닌 것 같은데 이응경, 배종옥같은 여배우도 ‘글래머의 전당’에 초대받았었군요. 강리나는 요즘의 관점으로 봐도 글래머가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초대형’은 아니겠지만.


 젖소부인의 후일담. 진도희는 1990년대 들어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대단했지요. 그녀와 ‘젖소부인’은 한 시대를 해석-해설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메이저 매체도 그녀를 호출하곤 했지요. 진도희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남들이 뭐라든 연기를 사랑”한다고 했고, 밤 12시 다된 MBC 「주병진 나이트쇼」에 출연해서는 에로영화 촬영에 얽힌 뒷얘기를 한껏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승호
2010-07-27 이승호 '옛날 신문을 읽었다' 저자
MOVIE INFO
 
 
무적자
| 한국 | 121분
감독 송해성
주진모(김혁 역), 송승헌(이영춘 역), 김강우(김철 역), 조한선(정태민 역) 등
등급 15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