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시원한 영화관에서 최신 개봉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지만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로 떠나서 추억의 명작들을 DVD로 감상하는 것 역시 영화 즐기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자동차의 창문을 열고 파도 소리를 벗 삼아 노트북에 DVD를 넣고 타이틀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때의 설레임, 또는 모깃불 켜진 계곡 펜션의 거실에 모여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시끄럽게 보는 납량 호러물의 유쾌함, 여름에 만날 수 있는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여름에 어울릴만한 명작들은 아주 많지요, 그 중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 Le Grand Bleu: 그랑 블루 >를 소개할까 합니다. 감독 뤽 베송은 1993년에 개봉된 <그랑 블루> 단 한편으로 단숨에 이름을 세계 영화사에 알렸는데요, 누벨 이마주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랑 블루>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리스의 바닷가 마을, 수영을 좋아하는 자끄(장-마크 바)는 잠수 사고로 아버지를 잃는 불행을 겪게 됩니다. 자끄의 친구인 엔조(장 르노)는 성장하여 프리 다이빙(보조 기구 없이 잠수하는 것)의 세계 챔피언이 되고, 세상에 담을 쌓고 돌고래와 살아가는 자끄를 찾아 세계 대회에 초청합니다. 조안나(로잔나 아퀘트)를 만나 사랑하게 된 자끄는 그동안 자신의 세계였던 바다와 돌고래, 그리고 조안나와의 관계에서 갈등하고, 엔조는 잠수다이빙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능가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인 자끄와의 우정과 경쟁 사이에서 심리적 고민에 빠집니다. 결국 그 둘의 무리한 잠수 경쟁은 생명을 건 위험에 처하게 되고, 깊고 푸른 심연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게만 합니다.
자끄 마욜이라는 실명의 주인공은 세계 프리다이빙 챔피언을 지냈던 인물로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하여 많은 도움을 주었고, 뤽 베송은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영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프리다이빙은 스쿠버 다이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되겠는데요, 산소통이나 보조 호흡기구 없이 맨 몸으로 잠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네 해녀들의 물질과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맨몸으로 잠수할 수 있는 깊이의 한계는 숨을 참을 수 있는 폐활량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기통을 메고 잠수하면 훨씬 깊고 오래 잠수를 할 수 있겠지만 인간 능력의 한계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프리 다이빙을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공기통을 메고 잠수하는 스쿠버 다이빙이, 프리 다이빙보다 잠수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 혹시 아십니까?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80% 정도가 질소이고 산소가 18% 정도입니다. 이러한 대부분의 질소는 불활성 상태로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호흡 시에 그냥 들어 왔다가 나갑니다. 물론 마취 시에 사용하는 이산화질소라고 하는 기체가 있는데요, 공기 중에서 호흡되는 질소와는 완전히 다른 가스이므로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해한 질소가 고압 상태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깊은 바다 속, 압력이 올라가면 혈액 속으로 질소가 쉽게 녹아 들어가 농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수면으로 상승하게 되면 혈액 속의 질소가 빠르게 기화되어 혈관 속에 기포를 형성하게 됩니다. 마치 사이다병 뚜껑을 갑자기 딴 상태처럼 피 속에 거품이 생긴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른바 공기 색전증이 생기게 됩니다. 혈액의 흐름이 막혀 장기의 손상이 발생되는 것이지요. 가벼운 통증부터 시작하여 심하면 의식 소실이나 사망에도 이를 수 있습니다. 최근 천안함 사태 때 순직한 고 한준호 준위의 상황도 이러한 원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갑압 챔버’라는 장치가 심해 잠수에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이다 병뚜껑을 아주 조금씩 열면 거품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무 보조 장치 없이 잠수하는 프리 다이빙(스킨 다이빙 혹은 스노클링이라고도 합니다)은 한 번의 호흡으로 잠수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잠수병의 위험은 스쿠버 다이빙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잠수는 해로울 수 있을 수 있으므로 프리 다이빙을 꿈꾸는 분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지중해의 그리스 섬들과 시칠리아의 해변…. 여행 마니아들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곳입니다.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의 리스트에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을 올려 놓았는데요, 푸른 바다와 하얀 벽돌집들, 강렬한 태양과 시원한 바람들, 지금 달려 갈 수는 없겠지만 영화 <그랑 블루 > 속에서 뤽 베송의 비주얼과 색으로 충분히 감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