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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인간의 본성을 (과)감히 드러내다
작성자
양양
작성일
2010-07-02
조회
183



<이끼>, 인간의 본성을 (과)감히 드러내다







2009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윤태호의 웹툰 <이끼>가 2010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로 다시 태어났다. 기획 단계부터 화재가 됐던 영화, 어떻게 그려졌을까.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아들 유해국(박해일)은 그가 거처했던 시골 마을을 찾는다. 하지만 해국은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갖게 된다. 사람이 죽었는데 사인(死因)하나 밝히지 않는 마을 사람들이 수상하다. 뿐만 아니라, 마을의 대소사는 물론 사람들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이장 천용덕(정재영)과 그를 신처럼 따르는 마을 사람들, 해국을 이유 없이 경계하고 불편한 눈빛을 던지는 그들 모두가 의심스럽다. 영화는 이 의문투성이를 장장 2시간 38분간 풀어낸다. 하지만 이야기의 베일을 벗기는 장치가 치밀하게 계산돼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인간사의 구원을 꿈꾸던 유목형, 사람들은 그에게 종교적으로 감화된다. 이장은 마치 신과 같이 행동하는, 그래서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그에게서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그의 존재가치에 대한 적대감을 갖는다. 너무나 깨끗한 그 앞에서는 누구든지 때 묻은 존재가 돼버린다.









천용덕은 그와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편을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는, 죄 지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기 딱 좋은 달달한 위로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결국, 천용덕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유목형의 신념을 무너뜨린다. 그것도 아주 야금야금. 신과 같던 그도 특별할 것 없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일 뿐임을, 때문에 우리는 특별히 추악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내편'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옆에는 어쩌면 신보다도 더한 권력의 소유자 천용덕만이 존재한다. (MBC <무한도전>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정준하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단어 '내편'! 편을 가르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 유치함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두었던,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편'에 대한 본성 말이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선(유목형)과 악(천용덕)의 대립이다. 하지만 천용덕을 절대 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순결무구함으로 인간을 교화하려 했던 유목형이, 어떤 이들에게는 악이었을지도. 방법은 다를지라도 두 사람 모두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려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위선의 모습을 보인다. (나조차도 내 마음하나 마음대로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려하다니, 정말 신(神)이라도 되고 싶었던 걸까?) 유해국을 보며 '얼굴이 그냥 가해자같이 생겼다'는 검사 박민욱(유준상)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인간이란 한없이 불완전한 존재다. 때문에 신을 믿고 종교를 만들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런데 확고하게 구축된 이 세계가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이끼>의 마을이 이와 같다. 마을의 시작과 끝이 되는 자를 중심으로 소위 말하는 '사회 부적응 자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보인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옳음'이 필요 했던 것이다. 영화 전반에 보이는 종교성 띈 장치(목사, 기도원, 성경구절인용: 출애굽기 21장 24, 25절 눈은 눈으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가 이를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장치로서 종교가 쓰인 것이다.


천용덕은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증거를 논한다.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그와 주변인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가 깔려 있기에 가능하다. 인간의 마음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증거가 될 수 없고,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에 자신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비밀을 지키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대립구도를 통한 이중의 긴장감을 보여주는데, 이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에서 드러난다. 이장을 연기한 정재영의 눈빛은 러닝타임 내내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에 맞서는 박해일은 검사 하나 지방으로 좌천시킬 만큼 독종이면서도 어느 때고 무너질 것 같은 연약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 유해국을 완전하게 그려냈다. 이장의 수족노릇을 도맡아 하는 김덕천을 연기한 유해진의 맛깔 나는 연기도 압권이다. 관객을 쥐였다 폈다 만드는 웃음은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더욱 조이는 아이러닉한 역할을 한다. 김상호, 김준배, 유선 또한 각각의 흥미로운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어둠 속에서 서로 뒤엉켜 하나의 집단을 이룬, 마치 이끼와도 같은 이들의 모습이 제목을 대신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본성―사람의 마음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로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원작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과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강우석의 <이끼>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뒤틀리는지 심도 있게 표현해냈다. 그러니 이것만으로도, 그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듯하다.





* 양정연





 
MOVIE INFO
 
 
이끼
| 한국 | 127분
감독 강우석
정재영(이장,천용덕 역), 박해일(유해국 역), 유준상(박민욱 검사 역), 유선(이영지 역), 유해진(마을 주민, 김덕천 역), 허준호(유목형 역) 등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