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가라! 현실에서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여기 사람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바로 강우석 감독의 '이끼'다.
영화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은 유해국(박해일)은 아버지가 살던 시골 마을로 향한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해국은 마을에 남기를 원하고, 이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는 천용덕 이장(정재영)의 말에 사람들의 태도는 금세 돌변한다. 그러나 섬뜩한 카리스마로 마을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한 이장과, 그를 신처럼 따르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해국은 그곳 사람들을 모두 의심하게 된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단 '실미도'(2003)와 '공공의 적' 시리즈를 만든 강우석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크게 인기를 끈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기 때문이다. 원작이 워낙 좋게 평가가 되고 있고, 매니아층들이 많았기에 '이끼'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논란거리였다. 때문에 캐스팅부터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특히 천용덕 이장 역할은 큰 논란거리였는데, 배우 정재영은 보란 듯이 웹툰의 천용덕보다 더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또한 16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시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물론 소름끼치도록 긴장감이 감돌던 원작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으나, 탄탄한 구성 덕분에 영화는 긴 시간동안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영화 '이끼'는 웹툰이 원작이기에 원작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이 영화는 원작에 굉장히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타당성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아무리 원작이 있다고는 해도 관객들이 영화만을 보고 스토리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특히 유해국과 박민욱(유준상)검사, 두 인물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은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화의 앞부분에 둘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앙숙이었다가 갑자기 정의의 사도처럼 등장하는 박검사를 보면서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제일 중요한 점은 캐릭터들의 성격 변화와 결말로 인해서 웹툰 '이끼'가 가졌던 주제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다는 건 참으로 헛헛한 일이다.'라며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심오한 주제를 다뤘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박민욱 검사와 김덕천(유해진)캐릭터에 약간의 코믹요소를 삽입하여 긴장감 있는 영화에 쉴 곳을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쉴 틈을 마련해준 반면, 원작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점점 멀어져 가벼운 이야기로 흐를 수 있는 단점을 남긴다.
영화는 베테랑 감독답게 또는 베테랑 배우들답게 관객들에게 163분간의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는 강우석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이번 영화 '이끼'도 감독의 예전 영화들처럼 "역시 강우석 감독!"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홍예지 명예기자